싱가폴생명의전화 3대 원장 이미경
최근에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예전엔 애인이 저랬으면 했을, 이제는 아들이 저랬으면 하는 매력남과 왜곡된 인식으로 본인과 주변을 파멸로 모는 살인마, 그 두 대비되는 캐릭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의 말미에 울림이 큰 대사가 있었습니다. 그 둘의 차이점은 단한가지라고 하였습니다. 누구라도 한사람 들어준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가 선인과 악인을 결정짓는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렇지, 우리가 하는 일이 그거지……제가 2007년 처음 생명의전화에 1기상담원으로 첫발을 들여 놓았을 때도, 2013년 8월 1일자로제 3대 원장으로 취임하게 된 지금도 저는 늘 소박했습니다. 그저 우리 가족 한사람의 얘기를 들어주고 싶다. 여력이 된다면 몇 사람 더 들어 주고 싶다……
배워 간다는 것은 늘 행동을 요구하는 법이라서, 모르는게 속편한데하며 하소연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고, 유효기간을 체크하며 다시 기운을 내야도 했습니다. 내 그릇을 넘어서는 일은 아닌가 두려움도 여전히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생명의전화를 거쳐 가시면서 불모지를 일구셨던 많은 마음들을 알기에, 제가 여기 이 시기에 필요하다면 그이유가 있으리라 용기를 내었습니다.
2007년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8년 개원했던 싱가폴생명의전화는 지금 씨뿌리는 시기에 있습니다. 씨를 뿌리는 것은 다 때가 있어 놓칠 수 없기에 욕심도 납니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의 뜻과 마음, 땀들을 모아 오래오래 터전을 내릴 쉼터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놀이중의 사고소식을 종종들을 때면, 물가가 많아서 그런지 싱가폴생명의전화가 떠오릅니다. 물놀이중 사고는 이따금 준비부족이나 지식부족으로 예고된 것에서부터 아무리 선수라도 피할 수 없는 것까지 여러 것이 있습니다. 물에 빠진 사람은 위험하고, 안타까워도 구해내기가 어렵습니다. 간혹 물에 빠진 사람 구해내면, 잃어버린 보따리에 연연하며 탓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고가 무서워 내 자신을, 자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꼭꼭 묶어 둘 수는 없는 일입니다.
싱가폴생명의전화는 자신과 가정, 이웃을 지킬 수 있는 예방교육과 위기상담을 하는 곳입니다. 계속되는 교육과 성장을 응원하는 곳입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돌보는 마음을 모아 굳건한 사회적 안전망이 되기를 꿈꿉니다. 싱가폴생명의전화 존재자체가 든든하고 자랑스러웠으면,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성장해가는 싱가폴생명의전화의 성장해가는 한사람으로서 많은 분들을 만나 뵙게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