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 생명의전화에서 2년을 보내며…
싱가폴 생명의전화 8기상담원
여러분에게 싱가포르는 어떤 나라입니까? 저에게 싱가포르는 답답한 나라, 불편한 나라, 외로운 나라, 떠나고 싶은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저에게 싱가포르는 나를 성장시키는 기회의 땅 그리고 사랑을 알게 해준 축복의 땅입니다. 저의 싱가포르생활에 이러한 큰 변화가 생긴 결정적 이유 중 한 가지는 바로 싱가폴 생명의전화와의 만남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싱가폴 생명의전화를 만났을 때 제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상담과 봉사를 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고, 단지 나 자신을 위해 혹시 조금이라도 도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미약한 기대를 갖고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습니다.
처음 이론교육을 받을 때만해도 학생이 학교에서 공부하듯 그저 머리로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그나마도 어렵게 느껴지고 부담스러워졌습니다. 사람을 이해하는방법, 마음을 여는 방법, 사랑을 전하는 방법을 배우고는 있었지만, 내가 그런 것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생명의전화 이론교육을 시작으로, 실기교육, 비폭력언어교육, 미술치료등 다양한 교육을 통해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하고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동기 선생님들을 비롯한 많은 선생님들과 실제로 마음을 나누면서 점차 나를 돌아보는 방법을, 타인을 바라보는 방법을 실제로 터득하면서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생명의전화와 함께한지 어느새 2년이 다 되어갑니다. 올해 어버이날 제 아이들로부터 가슴 찡한 칭찬을 들었습니다. 엄마는 급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자기들을 이해해 주려고 노력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이었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그동안 배운 내용들을 실생활에서 활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원래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자녀조차도 타인이라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사랑과 이해가 참으로 부족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랬던 저에게 아이들의 그런 칭찬은 다른 어떤 말보다도 저를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봉사나 상담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하던 제가 올 3월부터는 한국국제학교 심성수련프로그램에서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저에게 일어난 이러한 많은 변화가 저는 참으로 감사합니다. 상담을 공부한다는 것은 당장 눈앞에 결과가 나타나는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듯, 옷감에 물이 들듯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저뿐 아니라 생명의전화를 만난 많은 분들이 느끼셨을 것입니다.
저는 이제 생명의전화를 떠날 수가 없습니다. 생명의전화 안에서 제가 얼마나 성숙 되어 가는지, 그로 인해 제 가족이 얼마나 행복하게 되어 가는지, 제사회적 관계들이 얼마나 건강하게 되어 가는지 이제는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이 귀한모임에 함께함으로써 저와 같은 가슴 벅찬 순간을, 아니 저보다 더 많은 소중한 것들을 가져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