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흙을 주재료로 이용해서 안에서 보는 나와 밖에서 보는 나를 표현해 보세요”
미술치료 선생님이 주제를 주시면 우리는 작업을 시작한다. 찰흙(점토)을만지고주무르고 누르며, 오감을 통해 나의 내면에 세계로 들어간다. 하지만 처음부터 몰입이되는 건 아니다. 무얼 만들어야 하나? 어떻게 만들지? 뭘 자꾸 표현해 보라는 건지… 그놈의 느낌이 뭔지…어렵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하다.거기다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까지 더해지니까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그러나 여러 번의 작업, 옆에서 함께 하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아이들처럼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가는 대로 하는 것이라는 걸,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게 있고 그것들이 형태가 되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밖에서 보는 나?
한참동안 점토만 만지작거리다가 마침내 난 공을 만들고 싶어졌다. 속이 꽉찬 흙덩어리 공이 아니라 속이 빈 진짜 공 말이다. 생각처럼 쉽지 않았지만 난 정말 속이 빈 구, 공을 만들었고 아주 만족스러웠다. 작업이 끝나면 선생님과 함께한 다른 분들과 각자의 작품에 대한 서로의 느낌과 생각 나눈다.그때까지도 나는 공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만들었을 뿐, 나와 어떻게 연결해야 할 지 모르고 있었다. 내가 만든 공을 가만히 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난 통통 튀어 다니는 공처럼 활동적으로 생활하고 있을 때에 무척이나 행복해 한다는 것을, 그런 생기 있는 삶에 기뻐한다는 것을. 그러나 그 무렵의 나는 알수 없는 우울감으로 침체되어 있었다. 무려 4 개월이 넘도록.그렇게 해서 나의 작품 이름은 “멈춰 있는 공”이 됐다.내 작품을 보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공을 구석에 두고 사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요?”
“바람이 빠져 못쓰게 되요!”
그래 그때 난 정말로 바람 빠진 공이었고 무력하고 생기 없는 나 스스로가 나는 퍽이나 힘이 들었다. 어쩌면 이렇게 정확하게 나를 표현 할수 있었을까. 이것은 생각이나 의도로 된 것이 아니었다.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내 안의 나를 끄집어 내게 됐다.정말 매력적인 과정이다. 선생님은 내가 나의 무의식과 연결되어 이런 작품이 나온 것이라 했다.더불어 선생님은 나에게 미술치료 공부를 해 보라고 강력히 권하셨다. 아주 잘 맞을 것 같다고…
나이 40이 넘어 난 새로운 꿈이 생겼다. 그길이 쉽지는 않겠지만 더욱 성장한 나의 모습을 상상 하며 한걸음씩 나아갈 것이다. 나에게 꿈을 준 생명의 전화! 다른 분들께도 권하고 싶다. 그곳에 가시면 스스로를 발견하고 성장할수 있을 거라고!